(140418)혈액도 자원이다.(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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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작성일 2014.04.19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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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땅의 의존도가 높던 시절, 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민들은 가축을 기르며 퇴비를 제조해 양분으로서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농업과 축산은 규모화·전업화 속에 별도의 산업으로 성장, 각각의 산업으로 분리·발전하면서 부산물을 공유하던 과거의 농법도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가축 분뇨처리 문제가 급격히 부상한 것도 이 즈음이다.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를 생각하면 분뇨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육류가 태부족이었을 당시 가축의 피는 영양가가 높은 음식 중의 하나였다. 소의 피를 국에 넣어 각종 나물 등과 같이 끓인 선지국, 돼지의 소창 안에 삶은 당면과 채소, 거기에 돼지 피를 섞은 뒤 쪄서 만든 순대는 서민들이 애호하는 우리의 고유 음식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영양 공급 과잉의 시대 다양한 음식재료와 조리법이 생기고,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는 축산업의 규모화 추세 속에 가축의 피는 귀한 음식의 재료로써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더욱이 도축 두수의 급격한 증가 속에 각종 음식에서 소비되는 가축의 피의 양은 점차 줄면서 도축장에서의 가축의 혈액은 많은 비용을 들여 정화 또는 폐기 처리 하거나 수거비용을 주면서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축산 강국인 유럽과 미국을 들여다보면 가축의 혈액에 대한 인식과 활용 가치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유럽의 경우 외부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접촉할 수 없는 혈액 수집 시스템을 갖춰 혈액의 등급별로 식용 또는 사료 및 의약품으로 활용하거나 그 이외의 것은 렌더링처리하면서 이용가치를 높이고 한편으로는 환경오염 부하를 낮추고 있다.

 축산물처리협회가 최근 협회 이사진 및 회원사 관계자들로 견학단을 구성해 방문한 미국의 가축 혈액 공장은 가축의 피를 혈장과 혈구로 원심분리해 사료 또는 비료화 하면서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플라즈마 생산과 관련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혈액 사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가축의 피는 매우 귀중한 단백질 자원”이라며 중국 등 신흥 육류 소비 국가들의 성장에 따라 시장 판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국내 가축 혈액 자원화 사업에도 큰 관심을 드러내며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은 짧은 기간 안에 발전을 도모하면서 생산과 품질 향상에 전념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도축과 가공, 또 여기에서 생산되는 각종 부산물의 부가가치에 대해 미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거나 고민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지국이나 순대 등 고유한 먹거리가 존속하고, 또 환경오염 부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제 더 이상 가축 혈액의 위생적 수집과 혈액 자원화 등 부가가치 창출을 포기한 채 지금 상태로 내버려 둬선 곤란하다.

 국내 가축의 혈액 자원화 사업은 초보적 수준인데다 국내 도축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국내 실정에 맞는 혈액 자원화 사업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 2014년 4월 18일 - 축산경제신문 월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