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912)도축장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I(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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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9.1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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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Ⅰ -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산발전 큰 몫 담당…정부 LPC사업으로 퇴행
   

 

 

1970년대 축산진흥으로 시작

축산물 소비 증가하면서 확산

많은 도축장들 소비지에 입지

환경 변화로 대형화 자율조정
   

 

 

 

◆도축산업 태동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 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도축장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됐다고 한다. 태동 당시의 배경으로 도축장들은 일본의 체계를 받아들여 관영도매시장형태로 운영됐다.

이후 경제 발전으로 먹거리에 있어서도 풍요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축산물 소비 역시 증가하면서 도축장 숫자도 늘었다. 다만 교통과 냉장시스템이 미처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별 많은 도축장이 생겨났다. 특히 지금과 같은 운송 체계나 냉장 보관 개념이 없어 산지에서 생축을 운반해 소비지에서 도축하는 형태로 도축장이 운영되면서 많은 도축장들이 소비지에 입지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서울 마장동, 독산동, 성내동 도축장과 부산 태강산업, 동원산업 등이 그 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보릿고개와 기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1960~1970년대 당시 박정희 정부는 미국과 호주 등 축산 강국을 시찰하고 본격적인 축산 진흥 정책을 도입하면서 축산물 생산 기반 조성과 함께 소비 증가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많은 양의 축산물 생산과 이를 통한 축산물 자급률 향상을 위해 배합사료 공장이 본격적으로 건설된 것도 이 즈음이다.

이 같은 사회적·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도축장 역시 점차 대형화되고, 장치산업화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축장은 1970년대에는 515개가 있었으나 산업이 규모화·대형화하면서 1981년에는 315개, 1991년 171개, 2001년 113개, 2007년 106개, 2010년 98개, 2013년에는 79개로 줄어 장기적으로 꾸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왔다.
 
◆빛나간 청사진 축산물종합처리장(LPC)  

 

 

 

정부는 도축장과 가공이 이원화된 제도가 효율성과 위생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외국의 선진국과 같이 도축장에서 도축은 물론 가공을 일원화하는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인식했다.

여기다 내수 소비뿐만 아니라 수출 사업의 물고를 터 후지와 등심 등 당시 비선호부위 적체 해소 방안으로 대일 수출이 부상하면서 위생 도축·작업장 건설 지원사업이 힘을 얻게 됐다. LPC, 축산물종합처리장(Livestock Processing Center) 지원 사업이 그것으로 도축장과 가공장이 결합되어 있어 지육이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 시설을 말한다.

LPC 사업은 당초에는 보조 사업으로 기획됐으나 도축업계 사업 참여 경쟁이 극심해 결국 융자사업으로 진행하게 됐다. 지원 조건은 생축을 구입해 도축·발골 한 후에 부위별로 가공을 끝내고 박스 미트(Box Meat) 형태로 판매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도축장은 비대해질 정도로 대형화하면서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초대형 도축장격인 LPC 건축을 독려하면서 도축장마다 가동률이 크게 저하하는 등 업계는 큰 혼란과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지육유통을 없애는 등 축산물 유통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지만 오랜 관행인 지육 중심의 유통체계는 근절되지 않았고 결국 업계 전체적으로 시설 과잉 현상만 초래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당초 LPC 육성 계획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대일 수출마저 FMD와 돈 콜레라 발생으로 전면 중단되면서 판매망 확보는 물론 자금 조달 능력은 더욱 힘겹게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축업계는 물량 확보를 위해 도축 수수료 인하 경쟁이나 인상억제에 매진하게 됐다. 이전에는 생산 농가 보호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도축수수료 상한선을 정해 인상을 억제했으나 제살깍아먹기 식의 무한 경쟁으로 업계 스스로 앞다투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도축업계에서는 과거 10년 이상 도축수수료가 크게 인상되지 못했다.

원료조달 부족에 허덕이던 규모가 작은 도축장들의 도산이 이어졌고 법원 경매에 들어갔다. 낮은 가격에 낙찰 받은 제 3자 역시 부채가 정리된 상태에서 새롭게 경영을 시작했지만 낮은 도축 수수료와 과당경쟁이라는 현실을 넘어서는 데 역부족이었고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지면서 또다시 도산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막대한 고정투자비용과 과다한 운영비 투입이 불가피한 LPC의 경우 더욱 취약한 구조에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내 도축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LPC가 만성적자로 빚더미에 올라 매각돼 주인이 바뀌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엄청난 부채와 그에 따른 담보로 수차례 유찰됐으며 법사가 하락으로 정부 지원금 회수 는 매우 저조하거나 불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다.

지난 2001년 농림부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농림부는 94년부터 총사업비 1164억 원을 투입, 축산물의 생산·가공·도축·판매를 계열화함으로써 축산물 유통구조를 선진화한다는 목적으로 9개소의 LPC 건설을 추진했으나 2001년 5월말까지 가동 중인 2개소와 건설 중인 2개소 외에 4개소가 부도가 나 261억 원의 축발기금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영세 도축장의 난립 속에서 정부의 야심찬 계획으로 수립된 LPC 사업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다른 업체마저 낮은 도축 수수료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하며 도축업계 전체가 부실과 만성적자로 시달리며 자본축적도, 시설 재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했다.

도축장은 축산물의 최종 관문으로 어떻게 작업하느냐에 따라 축산물의 최종 부가가치가 결정되지만 안전과 위생시설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비용 수반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선 도축수수료 인상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는 곧 물량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도축장 위생수준은 답보되거나 갈수록 저하되는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도축장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Ⅱ- 사업 시작은 됐지만…

  

구조조정 자금 지원 재원은 마련됐지만 ‘기대 이하’

 

업계, 정부·국회 압박 통해「구조조정법」 이끌어 내

‘추진협의회’도 본격 설립

소 마리당 3000·돼지300원 정부 매칭펀드 50% 지원

내년까지 36개소로 감축

 

 

 

◆본격화한 도축장 구조조정사업

대규모 부실로 막을 내린 1990년대 정부의 LPC사업으로 도축장이 늘어 가동률은 저하되고 원료 조달이 더욱 어려워 도축수수료 인상은커녕 덤핑 경쟁 심화로 총체적 위기와 부실에 직면한 도축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기에 이르렀다.

도축업계는 회생을 위한 최후의 방안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한 끝에 결국 2008년 6월 의원입법으로 「도축장구조조정법」안 제정을 이끌어 냈다. 도축장에서 스스로 도축 작업 두수에 따라 구조조정자금을 거둬 폐업을 희망하는 도축장에 부채 해결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가 매칭펀드 5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해 12월 도축장 대표들은 ‘도축장구조조정추진협의회’를 설립해 도축장 폐업을 통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협의회에는 허가 받은 도축장 100개소 가운데 가동 중인 도축장 86개소가 협의회에 가입해 소는 두당 3000원, 돼지는 300원의 분담금을 조성했다.

도축장의 폐업지원금격인 구조조정자금 지원을 위한 재원이 마련됐지만 당초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실적은 미흡하다.

정부와 도축장구조조정협의회는 ‘도축장 구조조정법’의 효력이 종료되는 2015년까지 도축장을 36개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2013년까지 34개의 도축장 폐쇄를 유도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6월말 현재까지 도축장 구조조정 실적은 17개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협의회는 도축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몇 차례 「도축장구조조정분담금 조성 및 지급규정」을 개정해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지급률 적용비율을 현재 90%에서 150%까지 상향조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법안 유효 기간내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2013년과 2014년 구조조정사업 참여업체에 한해 협의회 분담금에서 2013년 100%, 2014년 50%의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지만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사업이 이처럼 부진한데는 그간 진행돼온 구조조정사업 효과로 업계 경쟁이 다소 완화되고 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수익이 향상되면서 도축업체의 경영이 다소 호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도별 도축장 가동률은 구조조정법안 마련 이전인 2007년 소의 경우 24%, 돼지는 53%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소 41.6%, 돼지는 58.1%까지 상승했다.

여기다 2011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도축세가 폐지되면서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인데다 최근 몇 년간 소, 돼지 작업두수 물량 증가로 지난해 소 도축작업두수가 100만두를 넘어서고 돼지는 1600만두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도축장별 가동율이 증가한 것도 구조조정이 부진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중·대규모를 제외한 소규모 도축장은 여전히 대부분 적자경영상태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들은 구조조정자금을 지급 받아도 부산물보증금 등 부채를 청산하고 난 뒤에도 남는 게 없기 때문에 도축작업을 지속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작업장이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거점·통합 도축장 육성 통한 경쟁력 강화

축산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축장의 위생 수준, 특히 영세한 작업장의 위생처리능력이 적발·보도되면서 결국 이는 도축산업은 물론 산업 전체의 위생문제로 불거지자 정부는 2010년 도축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마련한 도축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국내 도축장들의 위생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HACCP 이행 여부에 대한 상시 점검제 등의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핵심은 정책사업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 거점도축장 및 통합도축장의 선정·육성에 있다. 거점도축장을 선정해 도축시설 현대화 자금 및 운영자금 등 정책사업을 집중 지원해 가공·유통까지 함께하는 통합경영체로 발전하도록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2013년 10월까지 총 13개 도축장이 거점도축장으로 선정됐다.

2011년 12월 5개소(도드람LPC, 팜스토리 한냉, 농협목우촌 김제공장, 부경양돈농협 부경축산물공판장,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2012년 6월 3개소(롯데햄, 사조산업, 농협 고령축산물공판장)에 이어 2013년에는 3개소(논산계룡축협식육유통센터, 부경양돈농협 김해축산물공판장, 영남엘피씨)를 비롯해 추가로 2개소(농협 부천축산물공판장, ㈜축림)를 선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거점 도축장 시설 보완과 통합도축장 신축에 소요되는 자금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금리 인하 등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현재는 거점도축장에 단순 운영자금 50억 원만이 무이자 융자로 지원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 거점도축장이 지나치게 규모가 있는 도축장을 중심으로 선정되면서 규모가 작지만 내실있는 도축장들이 제외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규모가 작더라도 내실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에 대해서는 거점도축장으로 선정해 똑같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과 경쟁력 강화

지난 2012~2013년에는 소·돼지의 생산 과잉으로 산지 소 가격이 크게 떨어져 산지와 소매가격과의 연동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2012년 한우고기 유통 구조개선 대책에 이어 2013년에는 범정부차원의 「농산물유통구조합리화」 방안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축산물 유통의 경우 안심축산을 협동조합형 패커로 육성해 생산·도축·가공·판매를 일원화해 유통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패커」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 그리고 이를 통한 가격 안정 도모가 최종 목표로 제시됐다.

정부는 축산농가→공판장(도축장)→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 등을 거치는 5~6개의 유통단계를 생산자→협동조합형 패커(안심축산)→유통전문점→소비자인 3단계로 축소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와 함께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을 지속 추진해 도축장 경영상태 개선을 통한 선진국 수준의 위생관리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산지 가축을 도축장내의 가공-유통으로 통합해 산지유통인, 중도매인, 도매인,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하나로 통합해 마진을 대거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지만 문제는 이같은 단계축소가 가격 하락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45% 수준의 전체 유통비용 중 도매 등 중간유통부분은 3%에 불과하고 42%에 이르는 대부분의 비용과 마진은 최종 소매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장치산업인 도축장의 경우 적정 물량 확보 외에는 개선할 것이 거의 없고 전기세와 수도세 등 각종 사용료와 폐기물처리비용은 물론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경우 매년 최저임금과 함께 인상되어 비용이 함께 오르고 있어 생산비를 낮출 여력을 찾기 어렵다.

가공부문에서 역시 포장 및 인건비가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도축 및 가공부문 통합을 통한 가격 경쟁력 향상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공통의 생각이다.

도축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도축관련 정책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면서 “업계의 현실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대책이 마련·추진되어야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축장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Ⅲ- 패커육성 현황&과제
 

정부, 패커육성 대안…업계 또 다시 지각변동 예고

 

난립된 도축장 정리 안된 상황서

과당 경쟁으로 자칫 줄도산 우려

가동률 상승 노력 결실도 무위로

대기업들 사업 참여 ‘호시탐탐’
 

 

 

 


◆도축장 구조조정과 패커육성

정부가 도축가공부문과 관련해 일관된 유통체계 구축, 즉 「패커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구조조정 사업이 진행 중인 도축업계에 또다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유통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패커 설립'이 민간 및 협동조합 중심의 대규모 도축장 신증축 투자 계획 등으로 가시화하면서 도축장 난립에 따른 도축장들의 과당 경쟁과 이로 인한 도축장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탄식이 업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그간의 구조조정사업이 당초 계획에는 미흡하지만 위생·안전시설이 미흡한 영세한 도축장들의 퇴출 등으로 구조조정법 발효 이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도축장 가동률 상승 등 구조조정사업의 결실과 노력이 결국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민간 및 협동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패커 설립의 경우 2010년 경기도 안성에 축산물종합가공센터를 건립하려다 업계 반발로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하림이 당시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사업 참여 기회를 틈틈이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한냉 등 육가공공장을 인수한 이지바이오 역시 도축장 사업에 적극성을 띄고 있다. 부경양돈농협은 두개의 도축장(부경축산물공판장, 김해축산물공판장)을 합쳐 신규 도축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도드람양돈농협은 충남, 호남권에 제2의 LPC건설 계획을 갖고 부지를 물색 중이다.

제주양돈농협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에 일일 약 300여두 규모의 제주도니 안심LPC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최근 서귀포시로부터 도축장 설립 허가를 얻어 도축장 신축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청권의 도축장 신·증축 사업 경쟁은 ‘뜨거운 감자’다.

비육우 부문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농협음성공판장은 현재 소 도축라인 증설을 추진 중으로 2016년 4월에는 소 작업물량이 일 1000여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전충남양돈농협은 소 300두, 돼지 3000두 작업 물량의 축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농협중앙회로 192억 원의 저리자금을 융자받는 고정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충남 홍성의 건실한 도축장인 홍주미트는 작업장 확대와 함께 도매시장개설을 위한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업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최근 민간 및 협동조합의 이같은 움직임이 도축장 시설 현대화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또 대규모 시설투자와 위생 시설 개선은 작업 능력 향상 및 위생 수준 제고를 통해 소비자 신뢰제고와 안전축산물 생산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국내 도축규모에 비해 여전히 도축 시설이 과잉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대규모 도축장의 신·증축은 또다시 도축시설의 가동률 저하와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축 도축장 및 도매시장의 경우 판매 시장에서의 시장교섭력, 즉 '책임판매'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대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

그러면서 정부와 업계가 성공사례로 지목하고 있는 대형 협동조합의 수직계열화 모델인 덴마크의 데니시크라운(Danish Crown)의 경우 물량의 80% 이상이 의무출하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생산부문의 완벽한 교섭력을 갖춰 가격 결정의 결정적 권한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가 구상하고 있는 축산물 유통 부문 개선을 위해서는 인프라 건설 이전에 농가 조직화와 마켓팅 전략 강화를 통한 시장 창출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판매형 패커로의 변모를 위한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대규모 고정투자를 염두해 둔 인프라 건설 계획에 집중돼 있어 우려된다”며 하드웨어부문 중심의 사업 추진을 심도 있게 재고할 것을 주문했다.

대규모 고정투자 없이 사업을 진행해 사업 실패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기존의 도축장에 대해 위생수준 제고 또는 인수 등으로 활용하고 오히려 판매능력제고를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소비트랜드로 부상, 각광받고 있는 '지산지소'개념의 소비 활성화와 건실한 도축장 육성을 위해 도축장들의 판매장 지원 등에 정부가 오히려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업체 중심의 계열화사업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소작농으로 전락한 육계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이 절실하다는 생산자단체의 입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도축장 사업자가 직접 돼지를 매입하고 판매까지 일원화하는 ‘패커’에 앞서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생산자들의 조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축산농가와 건강한 도축 및 유통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수급상황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돼지 도매가격 시스템을 개선하고 막강한 대형 소매 유통업체로부터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면서 “패커 육성에 앞서서도 대한민국 전체의 도축규모와 판매능력, 경영 구조 등을 감안해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김명규 축산물위생처리협회장(도축장구조조정협의회 이사장)
  

신규 도축장 투자 신중히

출혈경쟁 불러 부실 초래

패커육성 판매 기반 먼저

 

 

 

“성공적인 축산물 패커 육성을 위해서는 현재 업계가 구상하고 있는 도축장 투자 계획을 심도 있게 재고하고 마켓팅 전략 등 판매능력 확보에 우선해야 합니다.”

대규모 신규 도축장 허가문제와 관련해 반대입장을 피력해온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은 “도축업계가 당면한 현실과 축산물 유통 여건에서 신규 도축장 건설과 패커 육성은 결코 올바른 발전 방향이 될 수 없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형 유통업계의 소매 유통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져 가격 협상에서 막강한 역량을 가진 가운데 이들은 언제라도 자사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가격 인하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축산물 유통의 현실”라면서 “패커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은 ‘판매능력’ 확보이지만 도축·가공업계는 현재 ‘을’의 교섭력을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축산 선진국과 달리 수급조절에 의한 가격 결정 구조가 아니라 널뛰기식 가격 진폭이 심한 우리의 경우 최저 납품품가를 요구하는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상력은 물론 안정적인 경영여건 확보에도 구조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도축장들의 경영이 2008년 구조조정법 발효 이후 조금씩 규모화 되고 개선되면서 수수료가 다소 인상되는 등 숨통이 트여졌지만 이제 도축 수수료만으로 도축장을 영속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독자적인 판매기반이 확실히 마련돼 있지 않는 이상 패커형 신규 도축장 건설은 또다시 도축장 난립과 과당 경쟁을 양산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모범답안 격으로 제시하고 있는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80%가 조합원들이 의무출하하면서 생산 및 도축단계의 판매교섭력이 소매유통단계를 압도하고 있고, 가격 결정권 역시 위임되어 있어 위험조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판매망을 고려하지 않은 축산업계의 과도한 인프라 욕심은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도축업계의 산업적 특수성은 물론 마케팅능력 등 책임판매, 가격결정 구조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업계는 현재 정체되어 있는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을 보다 촉진시켜 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지혜와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2015년으로 한정된 도축장 구조조정법을 연장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진지하게 검토,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14년 9월 12일 - 축산경제신문 특집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