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축산현장을 가다(4)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골드코스트는 호주 퀸즐랜드주의 주도(主都)인 브리즈번의 남쪽에 위치한 해변 관광 휴양도시다.
연수단이 찾은 ‘골드코스트 후레쉬 미트 센터(Gold Coast Fresh Meat Center)’는 골드코스트에서 약 20여년간 신선한 육류를 공급해온 육류 전문 소매점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신선한 고기를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시드니의 ‘빅터처칠’이 정육업계의 명품관으로 일반 소매점 대비 약 30% 가까이 비싼 프리미엄급 육류 판매 매장이라면, 골드코스트 후레쉬 미트 센터는 대중적인 육류 전문 판매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육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곳의 매장은 1층 단독 건물로 규모가 제법 큰 데다 매장 내에 1차 가공공장의 입점으로 직접 가공과 포장 작업을 통해 일반마트보다 가격이 15%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공공장은 완전히 오픈된 공간이어서 내부의 위생 상태와 고기의 작업 과정을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단, 사진촬영 등은 양해를 얻어야 한다).
매장 내에는 호주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쇠고기와 양고기를 비롯해 돼지고기와 캥거루 고기 그리고 다양한 소시지와 육가공품들을 접할 수 있다. 쇠고기는 호주의 대표적인 사육방식인 그라스 피드(목초사육) 쇠고기와 블랙 앵거스 품종의 쇠고기가 주로 취급되고 있다.
쇠고기의 경우 육류 도매업체인 우드워드 푸드(Woodwards Foods)와 20년째 거래중이다. 우드워드 푸드는 브리즈번, 시드니, 애들레이드, 빅토리아 스완힐에 거점을 준 호주 최대의 육류 생산 및 유통업체중 하나로 농장과 사료, 가공공장과 유통센터 등 전 사업에 걸쳐 계열화 사업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축산 강국 호주의 위용을 자랑하듯 우드워드 푸드는 무려 130여년 전인 1888년 설립된 회사로 5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호주 최대의 육류 생산 및 유통업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쇠고기, 양고기를 도체 또는 박스미트 형태로 매장에 공급한다.
호주의 경우 우리와 같이 별도의 등급이 표기되지 않고 있다.
대신, 쇠고기의 종류나 품종 등을 명시하고 유통기한 등을 따로 설정해 표시한다. 다짐육과 같은 경우는 지방의 함량 등을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는 점 등은 눈여겨 볼만하다.
건강 스타 등급제(Health Star Rating system)란?
각 개체와 포장육에 등급이 표기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과 달리 호주는 등급과 도축장명 등은 표기되어 있지 않고 원산지와 무게, 유통기한과 가격 등을 표시하고 있다.
육류 및 유제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별(star)점으로 표기되는 ‘건강 스타 등급제’이다. 건강 스타 등급제는 소비자들이 더 건강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돕도록 고안된 것으로 별 2분의 1개부터 5개까지의 표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제품에 더 많은 별을 가질수록 더 건강한 제품임을 입증한다.
이 제도는 2014년 6월부터 호주 정부가 식품업계 및 공중 보건, 소비자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것으로 관련업계가 자율적으로 제도를 적용 중이다.
중앙 정부 및 주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까지 제도를 지원하며 시행하게 된 것은 호주 국민들의 높은 비만율 때문이다. 현재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만율을 기록하고 있어 성인 인구의 63%, 4명의 1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조사된다(OECD June 2014 and Australian Health Survey 11/12).
건강 스타 등급제에서는 비만 및 만성질환과 관련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별의 수를 부여하게 되는데 포화지방이나 나트륨, 설탕 및 에너지 등을 모두 고려해 균형 잡힌 식단에 도움을 주는 식품군일수록 높은 별 등급이 부여된다.
현재 건강 스타 등급 자문위원회가 모든 시스템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건강 스타 등급제는 광범위한 식품군 외에 육류 및 유제품에서도 적용된다.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널리 적용되진 않지만 쇠고기나 캥거루고기, 요거트 등 일부 식품에서 ‘건강 스타 등급제’를 표기한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비만인구가 많은 호주인들의 영양 상태를 감안해 지방이 낮은 상품군에 높은 등급이 매겨진다.
하지만, 호주내에선 건강 스타 등급제에 대해서도 보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자연 음식들이 가공음식 보다 오히려 별점을 낮게 받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거트나 자연 치즈와 같은 일부 핵심 건강 제품들이 디저트나 가공치즈보다 '별점'을 적게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출처: 2019년 3월 19일자, Body+Soul, Australia, Why people are saying our Health Star Rating system needs to change).
때문에 지난 5년간의 제도에 대한 점검 등을 통해 건강 스타 등급제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양한 육가공품의 천국 호주
골드코스트 후레쉬 미트센터의 또다른 강점은 여느 마켓과 비슷한 종류의 다양한 소시지 등 육가공품이 전시, 판매중인 가운데 이곳의 육가공품은 호주내 최고 수준의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매장의 소시지 가공을 맡고 있는 매니저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2018년 Sausage King awards에서 퀸슬랜드주 내의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의 경우 호주 BBQ 쇠고기 소시지와 함께 1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미트센터 내부에선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의 상품 포장은 물론 즉석 소시지 육가공품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면서 신선한 가공품이 공급되고 있다.
호주에서 돼지고기 소비는 쇠고기나 양에 비해 적은 편이다.
후레쉬 미트센터는 필톤 벨리 프리미엄 포크(Pilton valley premium pork)사와 제휴해 원료육을 제공받고 있다. 돼지고기 전문 도매업체인 필톤사는 최신 시설의 가공장에서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에는 특히 등심을 뼈가 붙은 상태로 가공한 ‘등심 갈비’ 등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제품군들이 눈에 띄었는데, 바비큐 용이나 스테이크 용으로 호주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뼈에 붙은 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국인의 소비특성을 감안할 때 눈여겨 볼만 하다.
포장 패키지는 국내의 경우 대부분이 산소 포장형태의 트레이 포장인 반면, 호주의 경우 산소 포장과 압축 스킨 포장 등의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다만, 우리보다 육류 소비량이 월등이 높고, 비만율이 높은 상황이어서 마블링 보다는 지방질이 적은 저지방육의 그라스 피드(목초사육) 쇠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원에서 즐기는 야외 바비큐
호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높은 것은 가축을 사육하기에 적합한 드넓은 대지와 환경, 여기에 육류 위주의 오랜 식습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바비큐 문화 역시 육류 소비량을 유지하는 숨은 요인으로 보인다.
골드코스트와 같은 휴양 및 주거지의 공원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바비큐 기구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즉석에서 다양한 육류의 구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아궁이 안으로 근처에 널린 나뭇가지 등 뗄감을 넣고 불을 피우면 불판이 달궈지고 그 위에 각종 고기들을 얹으면 야외에서의 즉석 바비큐가 가능하다.
미트센터에서 구입한 고기들을 근처의 한 공원에서 바비큐를 통해 시식한 연수단의 한 일행은 “공원에서의 취사가 엄격히 금지된 우리와 달리 야외에서의 바비큐가 자유롭다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부럽다”면서 “국토의 면적과 인구 밀집, 환경의 영향이 달라 우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이처럼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바비큐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육류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 4회에 걸쳐 연재된 '호주의 축산 현장을 가다' 기획기사는 금번 4편으로 마무리합니다.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