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03)세계 축산관련업계는 지금?…중국의 도축산업(축산경제신문)

  • facebook
  • twitter
  • naverblog
공고
작성일 2021.09.07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지정 도축장 거치지 않으면 유통 철저히 금지


세계 돼지고기의 소비량
절반 꿀꺽…끔찍한 사랑
막대한 자본 비위생 퇴출
대규모 도축장 건립 시작
민영 탈바꿈 솽후이 그룹
미국 스미스필드 사 인수
모든 생산라인 세계 최고
연간 200만 두 돼지 도축

소고기 ‘할랄식’ 도축하는
‘산둥양신광부축산품회사’
기타 도축장 시설 현대화
호텔식 양돈장까지 등장




난닝쌍회식품유한회사 조감도(해당 사 홈페이지 자료사진).

 




후주화통식품회사 도축장의 쿨링 시스템(얼음물 도체 투입).
 



배경현 전무
(사)한국축산물처리협회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의 중국 속담이다. 중국인에게 돼지고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속담이다. 2018년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후에도 돼지고기 수요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돼지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에는 돼지고기 공급이 정부의 최대 대응 과제라고 할 정도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인 1인이 연간 소비하는 돼지고기양은 약 40kg이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육류 총 소비량(2019년 기준)이 55.8kg(소 13kg, 돼지 28kg, 닭 14.8kg)인 것을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양을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소비하는 돼지고기는 어떻게 식탁에 오를까?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중국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표준’에 의거하여 ‘도축장 및 식육가공장의 위생관리규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질량감독 검험검역총국, 2006년 2월 6일 발표, 2006년 7월 1일 실시 ’(Code of hygienic practice for abattoir and meat processing establishment)에 따라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외 ‘중화인민공화국식품안전법’, ‘중화인민공화국동물방역법’, ‘중화인민공화국농산품품질안전법’, ‘돼지도축관리조례’, ‘돼지도축관리조례실시방법’ 등이 관련 국가법규이다. 중국에서 정식으로 도축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표준을 비롯한 해당 법규의 내용을 반드시 적용받아야 한다. 사람의 식용에 적합한 고기, 식육 제품 및 식용부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도축장에서 도축되어야 함이 명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HACCP 기준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정도축장’을 거치지 않은 축산물의 유통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으며, 돼지고기의 품질이 인민들의 신체 건강과 사회의 안정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2008년 국무원(중국 중앙인민정부)에서 ‘돼지도축관리조례’를 시행하였고, 이후 집중 검역하는 제도가 실행되었다고 한다. 중국 산둥성 제남(济南)시 축목수의국 회의자료에 의거(2014년 한국축산물처리협회 연수단 방문 회의 자료)
 언론에 노출된 중국의 축산물 안전 사건 소식 등으로 중국의 축산업 특히 도축업은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으나 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중국에서는 대규모 도축장이 건립되기 시작했고, 비위생적 설비를 갖춘 도축장은 폐쇄시키기 시작했다. 오히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우리나라에는 볼 수 없는 대규모의 도축장들이 건립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영 도축장으로 건립되었다가 2006년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 솽후이(雙匯) 그룹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회사인 미국의 스미스필드를 인수(2013년, 인수액 47억 달러, 부채 포함 시 71억 달러, 한국 원화 약 8조 4천억 원)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협회 연수단이 방문한 적이 있는 솽후이(雙匯, 현재는 WH Group of China로 사명을 변경) 그룹의 상장 자회사인 하남쌍회투자발전주식유한회사가 난닝시에 설립한 난닝쌍회식품유한회사(南宁双汇食品有限公司)는 총 15억 위안(약 2700억 원)을 투자해 건축 부지 48만㎡(14만 5200평)에 건축 연면적 36만㎡(10만 8900평)의 도축·가공공장이다. 계류장부터 도축장·가공장과 사무실 등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는 차량 이동이 불가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라인과 설비 도입으로 2004년에 이미 로봇을 활용한 자동 항문 적출기와 내장의 손상 없이 복부를 절개하는 벨리 오프너(belly opener)는 물론 내장과 도체의 일체형 분석 시스템까지 갖춘 상황이었다. 이 도축장은 연간 200만 두의 돼지를 도축, 가공하는데 우리나라 경상남도 1년간 도축 물량 205만 두와 비슷한 수준이며, 이는 우리나라 연간 총 도축물량의 1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2020년 기준) 
 무엇보다 풍부한 인적자원은 우리의 현실과는 비교불가이며, 부산물 가공 및 육가공에서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어 보였다. 수많은 인력(도축장 근무 인력 2500명)이 돼지 1마리를 200여 개의 상품으로 분할 작업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이제 불가능한 현실일 수도 있다. 도축장의 운영 기준은 자회사인 스미스필드(Smithfield Foods, Inc.)의 자문을 받아 미국의 도축장 HACCP 기준에 의거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 외 토지사용료를 면제해주고, 사체 보상, 검역비(검사비) 할인 등 정부의 지원도 다양했다. 
협회에서 방문했던 다른 도축장인 산둥양신광부축산품회사(山东阳信广富畜产品公司, 산둥성 양신(阳信) 경제개발구 위치)는 중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인 회족이 운영하는 도축장으로 이슬람계 부족인 회족은 할랄(Halal) 방식으로 도축된 쇠고기만 소비하고 있었다. 할랄 도축장인 이곳은 1.7억 위안(약 309억 원)이 투자되었으나, 격일 작업으로 가동률이 25%에 불과하지만 회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특이한 사례였다. 이 도축장은 2013년에 건립되었으며, 유럽산 설비와 할랄 도축 설비(산채로 채혈하는 장비 등)가 도입되어 있었다. 중국은 돼지 도축장 위주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할랄 도축장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절강성 후주시에 위치한 후주남심화통육가공제품유한회사(湖州南浔华统肉制品有限公司)는 2000년에 설립된 후주화통식품회사의 도축 가공장으로 2015년 10월에 준공해 1일 돼지 3000두를 도축할 수 있다. 이 도축장의 특이한 점은 돼지의 온도체 반출을 위해서 직원들이 저녁 6시(18시)에 출근해서 오전 12시면(0시) 도축을 마치고 가공 후 다음날 03시 30분에 출고한다는 점과 도체의 온도를 낮추고 PSE육을 방지하기 위해 0℃의 얼음물에 담그는 쿨링 시스템이었다. 쿨링 시스템을 통해 도체 표면의 온도를 18℃로 하락시키고, 또한 내장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방지한다는 설명이었다.
육질을 보호하기 위해 화염방사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도축장 작업자가 작은 칼을 사용하여 계속 털을 제거하고 있었다. 1일 약 8톤 정도 발생하는 돼지 혈액도 판매하여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었다. 도축장의 건립 역사는 길지 않지만 현지 지역에서 온도체 유통을 위한 작업시간과 방식이 매우 특이한 사례였다. 
이러한 도축 시설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 상해시에 위치한 상해강양농산물도매시장(上海江杨农产 品批发 市场)이다. 상해시에 위치해 있지만 시설과 운영방식은 비위생적이었다. 연수단이 방문했던 상해보다 작은 규모의 시의 도매시장도 다를 것이 없었다. 중국은 도·소매단계에서의 축산물 위생 수준은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다소 뒤처져있다. 중국은 최근 10여 년간 정부 주도하에 구조조정과 신규 건립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도축장의 규모와 시설, 육가공품의 개발과 제품화, 부산물 상품군의 다양화와 가공 산업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처럼 우리나라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부산물의 상품화, 혈액의 자원화 등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으로 인식되었다. 올해 총 11건(7월 말 기준)의 ASF 발병 사례가 보고되는 등 2018년 ASF 발병 이후 중국의 축산업은 수급 조절 및 돈가 상승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돼지고기 수급이 어려워지자 중국 내에 이른바 ‘돼지 호텔’로 불리는 고층빌딩 양돈장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번식용 모돈 마릿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오히려 모돈 도태를 권유하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면서 경제대국 중국은 세계 최대 육류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면서 축산물 안전과 위생에 있어서도 축산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도 축산물 유통의 시작점인 도축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역적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도축장의 운영 등을 통해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축장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현실적 문제와 제도적 지원과 보완이 부족한 우리에게 중국의 도축산업은 어쩌면 이제 배움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http://www.chukky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09 

 

<2021년 9월 3일 - 축산경제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