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05)“축산물 패커 육성, 도축장 구조조정 벽에 막혔다”(축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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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작성일 2013.06.06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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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패커 육성, 도축장 구조조정 벽에 막혔다”

■기류/ “정책 배치돼 현장 혼선” 여론 비등

 

도축장 구조조정 정책이 축산물 유통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물 유통단계 축소와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내놓은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 육성 정책이 정부의 또 다른 정책과 충돌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 유통비용 절감·구조 개선 추진…권역별 공판장 확보 우선
도축장 구조조정정책 여파 지자체 신축 사실상 불허·인수도 난항

정부는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해 자본금을 지원하면서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농협축산경제는 이에 따라 기존 공판장 외에도 강원 충남 호남 영남 등 권역별로 4개의 도축장을 인수하거나 신축하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계획은 정부의 사전검토와 승인을 받은 것이다.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에서 공판장(도축장) 분야 예산만도 시설투자 2천600억원, 운전자금 430억원 등 3천30억원에 달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로 육성되고 있는 농협안심축산의 경우 현행 1개소인 안심축산유통센터를 전국 4개소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전용도축장을 확보해 부분육 통합수급조정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공판장(도축장)이 확보되면 우선 안심축산유통센터(가공장)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론 전용도축장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축산경제는 도축장 인수 또는 신축 문제에 있어 사면초가에 싸여 있다. 신축의 경우 지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신규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 도축장 인수도 쉽지 않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신축하지 말고 기존 도축장을 인수해, 그 자리에 새로운 시설로 다시 지으라고 한다. 그러나 인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에도 몇 군데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복수의 농협 관계자들은 인수가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쓸 만한 곳은 현실에 비해 너무 가격을 높게 달라고 한다. 가격이 맞는 도축장은 인수 후 시설확충 내지는 신축을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판장은 단순도축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중도매인이 제대로 정착해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선 10년 정도 걸리는 유통인프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과도한 액수로 무리해서 기존 도축장을 인수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존 시설인수 비용과 철거비용, 신축비용을 따지면 도축장 한 곳을 확보하는 가격이 상식선을 뛰어 넘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도축장 신규 허가 금지는 농협축산경제의 발목만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늘어나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고 있는 4개의 일선축협도 이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민간기업 중에서도 패커를 목표로 도축장 확보를 다각도로 검토해왔던 몇 곳도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다.
도축장 구조조정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시행된 도축장구조조정특별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이 법은 2015년까지 한시법이다. 도축장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폐업하는 도축장을 지원해 숫자를 줄이자는 것이 골자다.
도축업계로서도 스스로 돈을 모아 숫자를 줄여 경쟁력을 찾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가동률 소 32%, 돼지 5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축장 경영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도축업계는 지금 중앙정부의 구조조정 정책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지방정부의 신규 허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축장 구조조정은 쉽사리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구조조정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8년 106개였던 도축장은 현재 77개이다. 29개의 도축장이 준 셈이다. 이 중 구조조정자금을 받아 폐업한 도축장은 2009년 2개, 2010년 3개, 2011년 5개, 2012년 1개 등 1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허가취소와 통폐합, 자진폐업 등의 형태로 없어졌다. 구조조정의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도축업계 관계자들은 폐업을 생각하는 곳은 많지만 아직도 관망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 도축장들이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것은 신규 허가가 안 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면 비싼 값에 넘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결국 기존 도축장은 정부 생각대로 쉽게 구조조정 되기 어려운 셈이다. 때문에 대형 패커를 꿈꾸는 곳에선 정부가 과감하게 도축장 신규 허가를 허용해야 새 정부 국정과제인 유통혁신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선 도축장 구조조정법을 빨리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정부가 도축물량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권역별로 현대화된 도축장을 만드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13년 6월 5일 - 축산신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