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의 최종 관문 유럽 도축장을 가다
물 절제·구간별 봉합…교차 오염 사전 차단
11월부터 16일까지 6박 8일간의 일정에서 견학단들이 방문한 곳은 시간당 약 1000두를 작업하는 스페인의 돼지 도축장 Le Porc Gourmet사와 폐수처리장, 그리고 시간당 약 360두의 돼지와 100 마리 소의 작업 능력을 갖춘 스위스의 SBAG의 소 및 돼지 도축장이었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최대의 전통시장인 보케리아 시장 등을 둘러보았다.
대량 작업을 하는 스페인 작업장과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스위스 SBAG의 돼지 도축장 모두 CO2 질식 시스템을 기본으로 이분도체와 내장 적출, 등급판정 등이 자동화 기기로 완비돼 있다. 탕박, 탈모, 드라이, 화염방사 등 기본 도축가공라인 역시 모두 최신 설비였다.
그러나 초현대식 도축 설비 보다 더욱 눈에 띈 것은 작업 공정이었다.
#물 사용 최소화
유럽의 도축 공정중 가장 큰 특징은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 구간마다 쉴새 없이 물을 뿌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 과정에서 거의 물을 사용 하지 않는다. 물 값이 비싸다는 배경도 있겠지만 세척에 사용되는 물과 폐수처리 등 이중으로 비용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한 공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원과 비용 절감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내장 내 작은 지방찌꺼기까지 진공 흡입해 이를 모아 자원화 하면서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물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항문 적출과 위입구를 봉합해 작업 공정을 진행하며(소 도축장) 교차오염을 방지하면서 최종 도체 위생 수준을 완벽한 수준으로 처리하고 있다.
#철저한 위생·안전성 검사
유럽의 도축장들은 전문 수의사가 생체 검사와 최종 도체 검사의 권한을 맡은 가운데 내장과 식육의 위생·안전성 부문에 대해선 숙련된 Meat inspector (전문 검사관)제도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검사원이 도축장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도축장 규모별로 소수인원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와 달리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전문적인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달랐다. 특히 스위스 SBAG 돼지 도축장의 최종 도체 검사는 특별했다.
4가지 색깔로 구분된 돼지 도체와 내장은 각각의 레일로 동시에 이동해 전문 검사관들이 검사를 용이하게 하고 이상육으로 판정된 도체와 내장은 곧바로 정보 입력과 함께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시켜 수의사가 최종 진단하도록 설계했다. 위생·안전성 검사를 최우선으로 한 작업 시스템이다.
이밖에도 좁은 장소에 설치가 가능한 칼 소독 시스템을 갖추고 고온 세척으로 장비를 위생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부산물 효과적으로 자원화
유럽의 부산물 관리와 자원화는 최근 부산물 소비 급감과 가격 하락으로 부산물 처리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가 벤치마킹 할 만하다.
내장과 뼈, 머리 등 식용이 가능한 부산물만을 소비하는 우리와 달리 이들은 생체와 도체검사를 통해 건강한 가축에서 생산된 부산물은 모두 식용하거나 애완동물의 사료용으로 소비하고,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스위스 등 북유럽) 막창과 대창은 바이오 원료 가스로 활용한다.
이상육으로 판정된 가축으로부터 나온 부산물 까지 모두 퇴비화하며 상품화하고 있다. 혈액은 환경오염으로 폐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석션(자동호수)을 연결해 채혈하거나, 별도로 모아 식용 또는 비료화 한다.
‘소머리 국밥’이나 ‘돼지머리 고사’ 등의 전통 식문화 등의 배경으로 도축공정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컷팅하는 우리와 달리 내장적출 뒤 맨 마지막 단계에서 머리를 잘라내는 도축공정은 참고할 만 하다.
돼지머리 소비와 활용이 줄어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한 우리의 경우 내장과 혀가 함께 적출될 경우 돼지 편육 작업 등 가공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가 부진한 소머리의 경우도 유럽은 박피 작업을 머리까지 한꺼번에 진행해 머리에 대한 작업 공정을 줄여 인건비를 줄이고 볼살 등을 별도로 이용하고 뼈는 렌더링처리해 자원화하면서 보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지육의 안전성에 보다 초점을 둔 우리와 달리 적내장은 모두 레일에 걸어 검사한 뒤 창고로 곧바로 떨어질 수 있게 하고 백내장 역시 폐기와 식용으로 구분해 슈트로 보내, 식용가능한 내장은 도축장내에서 완벽하게 가공작업을 마쳐 시장에 유통한다.
#농장 절식·출하전 세척 ‘기본’
유럽 도축장들의 운송차량과 계류장은 도축 전 가축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약 15°의 경사를 두고 밝은 곳으로 이동하게 고안된 계류장은 돼지의 습성에 기초한 세심한 설계로 이해된다.
무엇보다 출하된 가축들의 상태는 국내 축산농가들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컸다.
도축장에 출하된 가축은 출하 전 농장에서 세척을 마쳐야만 도축할 수 있다. 도축장에서의 폐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작업환경에서의 오염도도 낮출 수 있다. 계류장 입구에는 분변이 묻거나 세척을 마치지 않은 가축은 ‘패널티’가 부과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도축 전 절식은 기본이다. 가축의 출하전 절식 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지 수년을 거쳐 결국 지난 10월 입법예고에 돌입한 우리와 달리 유럽은 완전한 정착 단계에 들어서 약 2시간의 계류과정을 거쳐 바로 작업이 가능했다.
돼지의 CO2 질식 시스템과 소의 에어 건 도살 방식은 모두 동물 복지를 생각한 작업 환경에서 비롯됐다. 특히 돼지의 경우 같은 차원에서 거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EU 연합은 동물복지와 사료비절감을 위해 도축과정에서 웅취를 제거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고, 빠르면 내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Le Porc Gourmet사의 Francisco Ruiz지배인은 “웅취를 제거하는 도축작업 시스템이 개발될 경우 동물 복지는 물론 유럽에서 생산되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돼지 사료비 절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13.11.29 - 축산경제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