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구조조정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 도축장에서 축산물품질평가사들이 한우 지육 등급을 판정하고 있는 모습.
정부가 도축장 경영 안정과 축산농가의 도축비용 경감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도축장 구조조정사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당분간 도축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사업을 사실상 대행하고 있는 (사)도축장구조조정추진협의회(이사장 김명규·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86개(2009년 기준)인 도축장 수를 2015년까지 36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2013년까지 34개의 도축장을 폐쇄할 방침이었으나 실제로 문을 닫은 도축장은 15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적이 미흡하자 협의회는 올해 당초 계획보다 3개 많은 5개의 도축장을 구조조정키로 하고, 참여율이 낮은 충청과 호남지역의 경영상태가 어려운 도축장을 대상으로 폐업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도축장 구조조정법’의 효력 기간이 끝나는 2015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도축세가 폐지된 데 이어 자진 폐업하는 곳이 생기면서 나머지 도축장의 수익성이 향상돼 앞으로 구조조정 사업에 참여하는 도축장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가 도축장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며 “그렇지만 한 도축장이 폐업하면 남아있는 도축장의 경영이 좋아질 수 있는 만큼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축장 등급별로 정해진 기준금액에 비례해 지원하는 구조조정자금 지급률이 지난해 250%에서 올해는 200%, 내년에는 80%로 크게 낮아지는 것도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 경영이 어려운 도축장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 구조조정자금을 받더라도 ‘빚잔치’를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구조조정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축산농가들도 도축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흥희 농협 축산유통부 차장은 “구조조정이 이뤄져 도축장이 현대화·규모화되고 경영이 안정되면 농가 도축비용 절감은 물론 축산물 품질향상으로 농가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사업 부진과 맞물려 도축장 경영자가 등급판정 마릿수에 따라 납부하는 분담금(한 마리당 소는 3000원, 돼지는 300원)이 너무 과도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 말까지 조성한 구조조정자금 중 문을 닫은 15개 도축장에 지급한 돈은 141억5000만원(정부 64억2500만원, 협의회 77억2500만원)에 불과하고 이월금이 196억원이나 되는 만큼 분담금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환달 ㈜영남엘피씨 대표는 “분담금이 도축장 경영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사업에 참여할 업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분담금을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도축장 수가 줄면 농가들은 도축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