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8)돼지고기 이력제 관련 도축장 지출비용은(축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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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2.08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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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업소 연간 161억원 추산 ‘자부담 감내’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표시기 수리·보수, 소모품 교체에 인건비 충당까지

업계 “수혜 대상도 아닌데…정부 비용 전가 불합리”

“표시 간소화·장비 국산화…전향적 대책 마련 절실”

 

돼지고기 이력제는 지난 2012년 10월 도축장 13개소를 대상으로 처음 시범 시행됐다. 그리고 2014년 12월 전면 확대됐다. 

도축장에는 돼지고기 이력번호 자동표시기가 설치됐다. 이렇게 돼지고기 이력제는 10년 가까이 흘러갔다. 그 사이 자동표시기는 노후화됐고, 자주 고장났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회장 김명규)는 지난 11월 30일 ‘돼지고기 이력제 현황조사 분석 및 문제 개선방안 연구(사업 수행자 지인배 동국대 교수)’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돼지고기 이력제 효율성을 분석하고, 이 제도 시행에 따른 도축장 현황과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 이 연구용역 목적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살펴본다.

 

정부, 표시기 지원 등 70억원 예산 투입

정부는 돼지고기 이력번호 자동표시기를 도축장에 지원했다. 전부 61대(60개소)다. 

처음에는 표시기 가격이 대당 5천만원 가량 됐지만 현재는 대당 1억원 가량으로 많이 부풀어 오른 상태다.

잉크, 수동표시기, 유지보수, 라벨프린터, 라벨지 등을 포함하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약 70억원이 도축장 이력번호 표시관련 예산으로 투입됐다.

표시기 무상 AS기간은 2015년 만료됐다. 유지보수 비용은 늘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향후 표시기에 대한 체계적 유지보수를 통해 고장 시 신속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표시기 프레임, 마킹헤드 등을 교체·수리키로 했다. 아울러 헤드청소, 잉크플러싱 등을 지원해 표시기 기능을 유지하고, 인쇄품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작업장별 ERP, 계근기, 피그-그레이드 등과 연계하는 표시기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축장, 연간 이력제 운영비용 161억원

표시기는 설치 후 5년 이상 지나면서 노즐막힘, 오작동 등 고장이 잦다. 하지만 도축장에서는 이력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도축장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심정으로 자비를 통해 표시기를 수리·보수해야 하는 이유다. 소모품 비용은 비싸다. 헤드, 컨트롤러 등 주요부품은 수급이 어렵다. 특히 AS 업체 수는 단 한곳 뿐이다. AS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도축 전 과정이 마비될 우려도 있다. 결국, 도축장에서는 표시기와 별도로 어쩔 수 없이 도체번호, 무게 등을 수기 표시한다. 인건비가 추가된다.

유지관리 보수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다. 표시기를 도축장에 맡겨놓고, 알아서 하라는 형국이다.

도축장 38개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6개소에서 표시기를 설치했다. 2개소는 무응답했다. 36개소 중 34개소는 정부 지원을 받았고, 2개소는 자체 구입했다. 설치비용은 최소 100만원, 최대 1억원, 평균 5천100만원이었다. 38개소 가운데 33개소는 고장 경험을 했다. 평균 고장 횟수는 11.1회, 평균 서비스 이용횟수는 5.4회, 평균 서비스 대기일은 7.9일이었다.

도축장에서는 수리비를 댔다. 부품, 잉크 등 소모품 비용도 부담했다. 지육손실은 9개소에서 발생했다. 

한 도축장이 돼지고기 이력제 운영과정에 쓴 추가인건비는 연간 평균 5천453만원, 표시기 수선유지 1천805만원, 헤드교체 218만원, 잉크 376만원, 기타 428만원 등이다.

가공·판매장이 있는 도축장에서는 도축장 운영비용과 비슷한 금액을 추가 부담했다.

도축 마리당으로 환산할 경우 도축단계에서는 연간 409원, 가공·판매단계에서는 연간 471원이 들어갔다.

이에 도축마릿수를 곱해 국내 도축장이 돼지고기 이력제 운영에 사용한 연간 비용은 도축단계 75억원, 가공·판매단계 86억원 등 총 161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외국에서는 글자 수 ‘최소화’

우리나라 돼지고기 이력제는 농장 단위다. 그리고 최대 농장 30개를 한데 묶어 이력을 표시한다. 개체단위 쇠고기 이력제와는 다르다.

게다가 그 번호는 너무 길다. 축종 코드, 농장식별번호, 일련번호 등에 더해 도축일, 도축번호 등이 담긴다. 총 20~21자나 된다.

농장에서는 농장식별번호를 표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동신고서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러 농장에서 출하된 돼지는 도축장 뿐 아니라 가공장에서 다시 섞인다. 이력추적이 쉽지 않다. 성별, 등급 등을 분리·포장하기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이력번호를 조회한 결과, 16개 농장 가운데 한 농장에서 출하됐다는 정보가 떴다. 농장은 강원도, 경기도에 흩어져 있다. 위생, 방역, 개량을 역추적하는 등 이력제 실효성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과도한 이력번호(20~21자)와 큰 글자크기는 지육손실을 일으킨다. 이대로 판매될 경우 소비자에게도 불쾌감을 준다. 컨테이너(선하번호) 단위로 이력번호를 부여하는 수입육과 역차별 문제도 발생한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할까. 네덜란드는 2005년 1월 돼지고기 이력제를 도입했다. 개체 표시와 농장 표시를 병행한다.

출생 후 3일이 지나면 노란 7자리 농장등록번호 귀표를 부착한다. 모돈은 개체별 별도 귀표(RFID)를 붙인다. 출하 시에는 출하번호가 적혀 있는 금속 귀표를 부착한다. 등급판정 후에는 검사확인 도장을 목, 배, 엉덩이 등에 찍는다.

프랑스는 비육돈의 경우 농장단위, 종돈은 개체관리로 돼지고기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돼지 어깨에 농장번호를 문신해 출하한다. 도축과정에서는 그해 몇번째 날, 그날 몇번째 도축순서를 표시한다. 총 7글자다.

일본 이력제는 돈방(30두 이내) 단위다. 스티커 부착, 도장 직인을 통해 잉크표시를 최소화하고 있다.

 

신규 공급처·유지보수 확보 ‘국산화도’

사람들이 주민등록번호를 가슴에 꼭 달고 다닐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이란 것을 확인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돼지고기 이력제도 마찬가지다. 

도축일과 도축번호만으로도 가능하다. 도축장은 검사도장으로, 농장은 도축번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6~7글자로 표시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육손실, 고장 방지, 잉크비 감소 등 다양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표시기 국산화에도 힘써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 R&D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산·학이 협력해 공동연구 개발을 추진한다면 어렵지 않게 충분히 국산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와 더불어 전산안정화, 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도 필요하다.

이밖에 신규 공급처·유지보수 업체 확보, 지속적 교육·관리, 장비·소프트웨어 개선, 소모품 지원 확대, 주요부품 비축, 이력제 홍보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인배 교수는 이날 “시간·비용 등 여건 상 생산부터 판매·소비에 이르는 이력제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살피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도 “이번 연구용역이 표시기 노후화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 도축장 손실을 최소화하고, 돼지고기 이력제 효율을 높이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은 “도축장은 이력제 수혜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도축장들이 이 이력제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안타깝다. 애로사항과 개선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이력제 문제를 반드시 풀어낼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일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축장 현안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245801

 

<2021년 12월 8일 - 축산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