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LPC를 찾아 “여기가 도축장 맞아?”…몸에 밴 청결 자부심까지 건물을 빙 둘러가며 심어진 나무들의 녹음이 짙푸르다. 꽃나무가 만개했던 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내로라하는 최신 시설일지라도 으레껏 풍기는 비릿한 냄새도, 미끌 거리는 바닥도 이곳에선 조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단언컨대, ‘도축장’이라는 사전 설명이 없다면 이곳을 ‘축산물종합처리장(LPC)’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깨끗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민속LPC의 첫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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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위생·신선도 제고에 최적화 ㈜민속LPC는 경북 군위에 소재한 축산물종합처리장이다. 업계에는 알려진바 대로 농업회사법인 ㈜민속한우의 소 계열화사업을 완성하는 도축·가공사업장으로 차별화된 위생과 고품질 축산물 생산 작업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5만1836㎡(1만5600여평) 대지면적에 세워진 1만7869㎡(5440평)건물에는 계류장과 도축장, 예냉실, 내장처리실 등 도축시설과 함께 가공 및 포장실 그리고 약 1200톤의 보관 창고가 갖춰져 있다. 일일 소 100두, 돼지 1500두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너무나 청결해 인상적인 외부 환경과 마찬가지로 계류부터 도축과 가공라인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위생시설을 자랑한다. 2001년 건립 당시부터 유럽의 최신라인이 도입됐다. 요즘같은 더위에 돼지 계류장에는 분무샤워 시설이 가동되고, 겨울엔 히터를 틀어 운반 중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다. 소 계류장은 최근 생체 1톤에 맞게 개·보수했다. 계류장에 입고된 소들은 늘어지게 누워있을 정도로 긴장상태가 없다. 모두 상품의 질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SRM제거 시설과 2시간 반에 이르는 급냉터널 운영, 가공장의 에어백 공조시스템 적용까지 모든 시설은 외부 오염으로부터의 전면 차단과 축산물의 위생·신선도 제고에 최적화됐다. 최근엔 폐수처리장에 20억 원을 투입, 정화 처리장 증설이 한창이다. LPC사업의 명암(明暗) ㈜민속LPC는 정부가 축산물 도축과 가공·유통부문 선진화를 위해 90년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육성하려했던 축산물종합처리장의 경상권 사업장인 동아LPC가 전신이다.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의 계열사로 당시 건축회사를 함께 거느리고 있던 모회사가 정부의 축산물종합처리장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되면서 축산부분 법인 설립을 통해 2001년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국내에선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위생·안전 시스템을 완비하며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영세한 도축장의 난립 속에 영업망이 확보되지 못한 초현대식 도축·가공 시설은 도축 수수료의 과당 경쟁 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모기업마저 자금 유동성에 압박을 받으면서 LPC 사업장은 연쇄 부실과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가 권혁수 사장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소 계열화사업을 본격화한 권 사장은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 소매점과 공급협약을 맺고 위생적인 도축·가공사업장을 물색하던 중 2003년 이곳을 찾아 임도축해왔다. LPC작업장이 어려워지면서 잠시 위탁경영을 맡았던 그는 결국 2010년 정부 정책자금 113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민속LPC로 재출발했다. 부도위기 LPC 최고로 거듭나기까지 완벽한 소 계열화사업 추진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권혁수 사장의 LPC 인수는 모험이었다. 그 역시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랬다”고 회상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었지만 전국의 LPC 작업장 대부분이 부실화되면서 축발기금 손실이 발생한 ‘실패한 정책과 사업’으로 전락했기에 부담은 더욱 컸다. 하지만 권 사장은 부실덩어리였던 사업장을 인수하며 이례적으로 외부 용역직원이었던 도축과 가공 작업장 전 직원을 정직원으로 전환, 채용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의 도축장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쓰거나 계약직 직원들을 고용하는 일반적인 현실과 정반대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임금까지 인상해 현실화했다. 적은 급여로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 생활이 어려웠던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농사일 등 여러 일을 겸업했던 상황에서 그는 직원들이 오로지 고품질 위생적인 축산물 생산에만 전념토록 했다. 놀랍게도 작업 능률과 효율은 투자 이상으로 올랐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커진 직원들은 조그만 나이프 사용에도 세척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도축 작업과 발골, 정형화하는 모든 작업이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권 사장은 “kg당 2만원하는 정육이 되느냐 500원하는 지방이 되느냐는 직원들의 예리한 칼날의 움직임, 곧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의 도움 없이 경영 정상화가 결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열심과 노력 덕분으로 민속LPC에서 생산되는 축산물 품질, 선도, 위생에 대한 거래처 만족는 크게 제고됐다. 완벽한 소 계열화 LPC성공 뒷받침 2010년 LPC 인수 이후 빠른 시간 내에 안정적인 경영과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초현대식 도축과 가공시설, 그리고 품질에 대한 직원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인프라에 앞서 확실한 생산 및 유통기반이 갖춰있었기에 가능했다. 1980년 소 3마리 입식으로 축산과 인연을 맺은 권혁수 사장은 9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농장을 규모화하면서 GS리테일과 계약을 맺어 물량을 공급했다. 특히 GS리테일에 공급되는 판매 실적이 날로 늘면서 자체 직영 조달이 부족해지자 그는 함께 물량을 공급할 계열 농가들을 확보해 물량을 맞춰갔다. 조직화되지 못한 한우농가의 특성상 고품질의 안정적 물량 조달이 어려웠던 당시 여건에서 권 사장은 계열화사업으로 이를 해결하면서 전국적인 공급망을 갖춘 대형 소매점과의 전속 공급을 성공적으로 추진해갔다. 결국, 90년대 중반 한 달에 한우 50여두 가량을 공급했던 GS리테일 납품물량은 전국 GS리테일 판매량의 80%를 민속한우가 독점공급하며 현재 일 50여두 규모로 늘었다. 현재 민속한우는 2000여두 규모의 자체 직영농장 뿐만 아니라 위탁(24개 농장) 및 계열화(47개 농장) 농가와의 철저한 협업 시스템으로 70여개농장에서 2만3000여두가 사육 중이다. 특히 일반적인 소 위탁우 사업이 마리당 일정한 수수료 지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달리 수수료뿐만 아니라 매출 이익의 40%를 농가에 환원하면서 농가 순익을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다. 계열농장역시 근거리 수송과 도축, 그리고 농협음성공판장의 등급판정 시세 적용으로 감량과 스트레스에 의한 손실을 최소화한다. 최근 민속한우는 입식 후 21개월령 출하, 도체중 445kg 1+등급 출현율 60%(1등급 출현율 92%)를 목표로 수립해 한우 사육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는 ‘저비용 고품질 한우고기 생산’ 시스템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직가맹점 사업의 본격 추진을 통한 자체 유통망 확보를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축산물 유통 선진화로 농가와 소비자 이익을 최대화하는 성공적인 축산물종합처리장의 신화 완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 권 혁 수 사장
위기극복 혼자선 불가능 직원들의 동참이 밑거름 능력에 맞는 대우는 당연 유통마진 최소화 이룰 터 | | | |
“오너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직원들이 일과 일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오로지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 밖에는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우리 직원들이 해낸 것입니다.” 백 억원대가 넘는 부채에 흔들렸던 축산물종합처리장을 불과 몇 년안에 건실한 작업장이자 국내 최우수 축산물처리사업장 반열에 올려놓은 권혁수 ㈜민속LPC 사장은 경영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부도 위기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권 사장은 현장 직원 모두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 난관을 함께 극복했다. 그는 “회사의 경영 효율과 경쟁력, 발전가능성 모두 직원들의 역량에서 비롯된다”면서 “단순한 도축장이 아니라 ‘식품회사’라는 인식과 책임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고 직원들 모두 열심히 동참해 주었다”고 말했다. 회사 복도에 걸린 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의 지난 봄 일본 여행 사진에서처럼 오가다 마주친 현장 직원들의 얼굴엔 웃음과 여유가 묻어났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고 싶다는 마음에 해외 여행을 생각해, 몇 차례 실시했더니 경비의 열배 넘는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산직 직원 가운데는 연봉이 6000만원 수준인 60대 직원도 있다”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는 것 같지만 경험이 쌓인 숙련된 전문가들이 회사의 경쟁력이자 경영 효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혁수 사장은 80년 소 3마리 입식을 시작으로 현재 2만여두가 넘는 소 계열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입지전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2010년 민속LPC 인수 이후 도축·작업장은 물론 불고기 무한리필과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민속갈비까지 잇달아 성공시키는 등 탁월한 사업수단을 발휘하며 업계에선 미다스의 손으로 꼽힌다. 권 사장은 “농가와 소비자 그리고 직원들 모두의 만족을 높이는 게 최대 목표”라면서 “생산비를 낮춰 고품질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한편 유통마진을 최소화한 고품질 위생적인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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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26일 - 축산경제신문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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