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08) 지금은 동물복지시대-정착 왜 어렵나(축산경제)

  • facebook
  • twitter
  • naverblog
공고
작성일 2017.09.09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복지가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유럽과 달리 국내의 농장 동물복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을 제정·운용 중에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농장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 대상인데다, 아직까지도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농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동물복지 적용이 간단할지 모르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선 시설, 비용 등의 문제로 적용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복지 축산물이 일반 축산물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도 있다.

국내 동물복지가 속력을 내지 못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 동물복지 적용, 기존 농장 어렵다

생산자들은 동물복지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만 해도 수만 가지라는 입장이다.

기존 농장에서 동물복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사육방법을 180° 바꿔야 한다는 것.

또한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맞춰 사육마릿수를 대폭 줄여야 하고 시설투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까닭에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동물복지 인증기준이라고 농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 예로 돼지의 동물복지 인증기준은 군사사육이 기본이며 모돈의 스톨 제거가 필수다. 또한 바닥에 깔짚을 깔아야 하고 휴식공간은 구멍이 나있는 천공성 바닥이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스톨사육이 기본인데다 슬러리 돈사가 대다수인 국내 양돈장에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적용키 위해선 기존 시설을 다 뜯어내고 축사를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게 생산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산란계의 경우 평사나 방사가 동물복지 인증기준”이라며 “당신 같으면 몇 억을 들여 설치한 산란케이지를 철거하고 평사로 전환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의 대부분이 기존 축산농가가 아니라 최근 십년 내 신규로 진입했거나 친환경 인증을 받았던 농가라는 점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축산농가가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 동물복지도축장 전국 6개소 불과

게다가 계란을 제외한 다른 축종의 인증은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 동물복지 인증은 2012년 계란으로 시작해 2013년 돼지고기,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 젖소, 염소, 2016년 오리 등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2017년 8월 현재 산란계를 제외한 농장은 육계 22개소, 돼지 12개소, 젖소 6개소 등 총 40개소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축산물 유통과정을 지목했다.

계란은 그 자체가 최종산물이기 때문에 농장에서도 바로 납품이 가능하지만, 닭·돼지·소·염소 등 다른 축종의 경우 반드시 도축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2017년 8월 현재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은 전국 6개소에 그치고 있다.

부경축산물공판장, 김해축산물공판장, 화정식품, 도드람엘피씨공사 등 돼지 4개소와 함께 참프레 부안공장과 하림 정읍공장 등 육계 2개소가 전부다.

게다가 한·육우나 염소 등의 축종은 지정 도축장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동물복지농장으로 인증 받는다 해도 도축장이 없는 까닭에 농장 인증보단 도축장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동물복지 축산물, 비싸고 접근성 떨어져

동물복지 축산물은 가격이 비싸고 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YMCA가 서울 소재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친환경매장 등 101개소를 방문해 해당매장에 진열된 친환경·동물복지 인증축산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축산물 인식조사 및 판매실태,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기축산물과 동물복지축산물 가격이 일반 축산물에 비해 크게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삼겹살의 경우 친환경·동물복지제품이 100g당 3627원, 일반제품이 2606원으로 100g당 1021원, 일반제품보다 39.2%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의 경우도 일반제품은 개당 262원인 반면, 친환경·동물복지 인증제품은 375원으로 개당 113원, 무려 43.1%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대상인 친환경·동물복지 축산물 2785건 중 동물복지 인증제품은 총 118건으로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또한 계란과 닭고기의 경우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기업형 슈퍼마켓, 친환경매장, 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한 반면, 돼지고기 등 타 축종은 일부 유통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돼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기축산물과 동물복지축산물의 경우 비싼 가격과 접근성 등의 영향으로 일반 소비자가 쉽게 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소비자 실제 구매율은 저조

앞에선 동물복지에 대해 운운하지만 뒤에선 값싼 축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도 한 이유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농가의 생산실태 조사’ 결과도 이의 반증이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소비자들이 일반계란보다 특수계란에 돈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보고됐으나, 실제론 일반계란에 대한 지불의사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실제 국내 동물복지란의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를 보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일반계란보다 시세가 높은 탓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계란 한 개당 500원, 삼겹살 100g당 5000원을 지불할 소비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라며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동물복지 축산물 역시 고급휘발유 시장처럼 프리미엄 시장을 별도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 동물복지 인증 철저한 관리 필요

그럼에도 불구, 향후 축산이 가야할 최종 목적지가 ‘동물복지’라는 것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견이 없다.

향후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동물복지 축산이 자리잡기 위해선 동물복지 인증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YMCA의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축산물 인식조사 및 판매실태, 가격조사’ 결과에서도 동물복지 인증제품이 비싼 이유와 그 당위성에 대해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으며, 비싼 만큼 안전하고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는 제품이라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의 제품명과 포장용기에 표시된 문구, 사진 등의 광고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도 지적됐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닌데도 불구 ‘자유 방사된 닭이 낳은 계란’ 등의 광고가 많다는 것.

특히 포장용기는 소비자들이 축산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연상케 하므로 광고내용이 정확해야 하고, 이 허위과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세계정세에 발맞춰 우리도 동물복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에 도래했다.


<2017년 9월 8일 - 축산경제 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