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219)해외기업 진출 앞둔 혈액자원화 사업 국내 현황은?(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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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작성일 2017.02.2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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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분비료 생산해 유기농 단지에 보급 “신뢰 간다” 호평
해외수출·신제품 개발 등 사업성 무궁한데 해외기업 독점하나


 

국내 도축장 혈액자원화 사업에 해외기업 진출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도축장들의 주요 현안이었던 혈액처리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국내 혈액처리업체들이 견디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의 혈액자원화 사업자 결정을 앞두고 국내 업체들의 현황을 돌아봤다.
 

바이오넬은 전북 정읍과 진안의 유기농포도단지에 돼지 도축과정에서 나온 혈액을 원료로 한 혈분비료를 공급하고 있다. 한남용 희망농원 대표(오른쪽)가 박영일 ㈜바이오넬 대표에게 천단동 유기농포도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천단동 지역은 1994년부터 유기농과수단지를 조성해 포도농사를 지은 곳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 1세대인 한남용 희망농원 대표 등 14개 농가 중심으로 시작한 이 포도단지는 현재 33개 농가가 유기농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 대표는 “이 곳은 기후가 안정적이고 황토 토양이라 포도농사에 유리하다”면서 “문제는 친환경유기비료를 써야 하는데 발효가 덜 되거나 화학물질이 나올 때가 있어 다시 비료를 골라야 했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선택한 비료는 혈액자원화업체인 ㈜바이오넬이 생산하는 혈분비료였다. 현재 정읍지역뿐 아니라 진안군 유기농밸리에서도 이 혈분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혈분비료는 미네랄 함량이 높고 미생물 종류와 수량도 많아 토양이 부드러워진다”라며 “지효성과 속효성이 좋아 지렁이 숫자도 많아지는 등 품질이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바이오넬은 회사 이름과 비료 이름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쓰고 있다. 유기농민들은 비료업체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 가격보다 품질을 믿을 수 있어 좋다”고 신뢰를 보였다.

바이오넬은 비료 생산 전문업체로 주로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논산계룡축협 식육유통센터에서 돼지 혈액을 받아 혈분을 원료로 한 비료를 생산한다. 박영일 바이오넬 대표는 “연간 혈분 유기질 비료 1만톤, 액비 1,000톤 정도를 생산하는데 이 중 60%는 해외로 수출한다”라며 “최근엔 중국에서 통관이 허가돼 대중국수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업체가 난립한 국내 유기질 비료 시장에선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연간 논산계룡축협에서 나오는 40만두를 포함해 총 130만두에 대항하는 돼지혈액을 처리하고 있다. 올해는 소 혈액을 비료화하는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가축혈액을 활용한 친환경접착제나 화장품 원료 생산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하나씩 사업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해외기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사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박 대표는 “빠듯해도 매출의 25%를 R&D에 투자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단계다. 해외기업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면서 “해외기업이 혈액자원화사업을 독점하면 이후엔 도축장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화인은 대표적인 돈혈자원화 업체 중 하나다. 연간 매출 규모는 약 15억원 정도다. 주로 양어사료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해외기업이 도축장들에 제시한 조건을 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화인 공장 앞에 돼지 혈액으로 만든 양어사료가 쌓여있다.

해외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무상 혈액수거를 제안한 상황이다. 서치현 ㈜화인 대표는 “혈액수거로 월 3,000만원 매출이 나왔는데 이걸 못 받게 되면 타격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제시한 조건에 맞춰 따라가야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20여년 전엔 혈액자원화란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시기였다. 도축장들은 혈액처리에 아직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라고 혈액자원화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환경변화에 맞춰 사업을 해야겠지만 자본과 고급인력,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을 갖추기엔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매출은 생산을 더 해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생산만 해서 되겠나. 결국 수출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운영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도축장 혈액처리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동물 혈액자원화 시설 건립지원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엔 기획재정부와 보조·융자 비율을 놓고 의견차가 있어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는데 사업타당성을 분석해보니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지원 조건 등은 예산이 반영돼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2017년 2월 19일 - 한국농정 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