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구조조정사업’ 씁쓸한 퇴장(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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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작성일 2015.12.2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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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구조조정사업’ 씁쓸한 퇴장

55곳 폐업 계획했지만 6년간 17업체 불과…이달 사업 종료
축산단체 “정부·협의회 추진력 부족…영세업체 참여 저조”
협의회 향후 일정·적립 분담금 처리여부 등 남은 과제 산적
 6년간 진행돼온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이 이달 말로 종료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실적이 처음 계획했던 목표에 턱없이 부족해 “정부와 도축장구조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 모두 헛심만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협의회는 당초 이 사업을 통해 2009년 초 91개소이던 도축장을 올해 말까지 36개소로 줄일 계획이었다. 도축장이 난립해 업체마다 경영난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안전축산물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업체마다 도축하는 가축 1마리당 소 1000원, 돼지 100원(2014년 3월까지는 소 3000원, 돼지 1000원)씩 분담금을 거출하고 여기에 정부가 1대 1 매칭펀드로 자금을 투입하는 폐업지원금도 마련했다. 정부는 2008년 6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해 올해 말 일몰기한의 도축장구조조정법을 제정하고, 이 사업을 담당할 협의회를 발족시킨 바 있다.

 하지만 6년 동안 폐업에 참여한 업체는 2009년 3곳, 2010년 3곳, 2011년 5곳, 2012년 2곳, 2013년 2곳, 2014년 2곳 등 총 17곳에 불과했다. 이것도 해가 갈수록 참여가 줄어들어, 2013~2014년의 4건은 구조조정 지원금(폐업보상금)을 200~250%까지 올려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250%의 폐업보상금을 내걸어도 신청한 곳이 한곳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사업을 바라보는 축산업계의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당연한 일.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축산물의 위생적인 관리와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는 명분하에 법까지 만들어 진행한 사업이 정부·협의회의 추진력 부족에 따른 영세업체들의 참여 저조로 용두사미가 됐다”고 성토했다.

 이에 협의회는 사업의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초부터 구조조정법 일몰 연장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정부와 국회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상황, 타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연장이 불필요하다고 봤으며, 국회 역시 성과 없는 법의 연장에 관심을 둘 리가 없었다.

 남은 과제는 내년 초 총회를 통해 최종 해산하는 협의회의 향후 일정과 그동안 적립된 분담금의 처리 여부다.

 지금의 협의회는 내년부터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 내에서는 활동이 불가능한데, 현재 업체들은 ‘분담금이 모여 있는 만큼 법외 자율협의회로 운영하며 도축장 구조조정을 좀 더 추진하자’는 쪽과 ‘여기서 그만 협의회를 정리하자’는 쪽 등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지금까지 모인 분담금 처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동안 거출한 총 분담금 중 이달 현재 폐업보상금으로 지원하고 남은 금액은 196억원으로, 협의회 정관에는 ‘협의회가 해산한 때의 잔여재산은 총회의 결의를 거쳐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협의회와 연관된 목적을 가진 단체에 출연한다’고 돼 있다. 곧 업체들이 적립분담금을 다른 단체에 출연하지 않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 협의회와 유사한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낸 분담금을 되돌려주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 경우 총회 결의에 앞서 법률적으로 배분이 가능한지를 먼저 타진해야 한다.

 장동욱 협의회 전무는 “분담금 부분은 완납업체, 일부만 낸 업체, 아예 내지 않은 업체 등 변수가 많아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더라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뒤죽박죽 얽힌 사안을 총회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2015년 12월 23일 - 농민신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