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07) '출하 전 절식' 농가만 지키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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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작성일 2017.04.08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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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출하 전 절식 단속이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12시간 이상 절식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후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절식은 가축의 내장을 비워 청결한 도체와 부산물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사료잔여물과 분변 때문에 내장이 파열되고 식육이 오염되는 경우도 줄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절식을 하지 않을 경우 농가 사료손실액과 이상육 발생, 도축장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손실액을 합하면 연간 3586~8702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14년부터 소와 돼지는 출하 전 12시간 이상, 닭과 오리 등은 3시간 이상 절식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규정이 그 동안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나, 정부는 올해 3월말 계도기간을 끝내고 4월부터 단속에 나섰다. 절식 위반시 1차는 30만원, 2차는 60만원, 3차는 9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절식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농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효과적인 출하 전 절식이 농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동시간, 계류시간 등 모두를 농가가 감안해 절식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는 농가들이 관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수송차량 고장이나 극심한 교통체증, 도축설비 고장이나 도축물량 과다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동·계류 시간이 길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출하한 가축은 언제 도축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할 변수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는 수많은 변수로 인한 손해도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절식 12~18시간부터는 지육감량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출하돈 합사에 따른 투쟁으로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다. 절식 시작 후 24시간이 넘어가면 위궤양 발생에 따른 잠재적 문제가 발생한다. DFD육 발생도 높아진다. DFD육은 근육과 간에 존재하는 글리코겐 수준이 고갈됨으로써 정상적인 상태보다 근육 내 pH가 높게 형성되어 어둡고(Dark), 단단하며(Firm), 건조한(Dry) 고기를 말한다.

예상보다 빨리 도축되는 것도 농가들에게는 손해다.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결국 현재는 도축을 빨리해도, 늦게 해도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농가 몫이다. 가축들의 개체별 소화 능력 차이도 큰 변수가 된다. 12시간을 절식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사료를 소화 시키지 못한 개체도 있다. 돼지 20마리를 출하했는데 2~3마리에서 소화가 덜 된 사료가 나왔다고 과태료를 물게 되면 농가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의 많은 축산농가들은 출하 전 절식 규정을 스스로 충실하게 준수하고 있다. 절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잘 형성됐다. 그러나 수많은 여건 변화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도축이 예상보다 빨라도 느려도 농가 속만 탈뿐이다. 이러한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절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축 출하부터 도축까지 전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축산농가·운송업자·도축장 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방치하면 언젠가 분쟁을 만들게 된다.


<2017년 4월 7일 - 축산경제 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