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업계 현주소
도축업계의 끊임없는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전히 도축장이 구조조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도축장 구조조정을 위해 도축장구조조정법을 한시적으로 제정, 시행함으로써 나름의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미완으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아직도 도축장 구조조정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동안 도축장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거점도축장 선정…통합경영체로 육성 도축장 경영 여건 호조…2세 경영도 생겨나 폐기물 자원화 방안…정부가 길 열어줘야
◆도축장구조조정법 추진 결과는 2000년을 전후로 축산선진국인 덴마크, 일본 등은 정부주도하에 도축장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대형 축산물종합처리장(LPC) 건설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 도축장이 늘어 가동률 저하와 도축수수료 경쟁 심화로 경영부실이 지속됐고 위생 시설에 대한 투자도 여력이 없었다. 이에 따라 도축업계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시설 과잉 상태에서 외국산 축산물 수입증가와 사육규모가 줄어들자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영세도축장을 M&A 및 통폐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정부와 도축업계는 ‘도축장구조조정법’을 제정해 2008년 12월 14일부터 시행하기 시작, 2009년부터 도축업체 스스로 구조조정자금을 조성해 정부지원을 받아 도축장구조조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 법은 한시법으로 2015년까지이다. 분담금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등급판정수를 기준으로 해 2009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소는 두당 3천원, 돼지는 두당 300원을 징수하고, 2014년 4월부터는 소는 두당 1천원, 돼지는 두당 100원을 징수했다. 이로써 2016년 12월 31일 기준 총 거출 금액 304억원이 조성됐다. <표 참고> 이 중 정부지원과 분담금을 합쳐 총 17개 업체에 176억5천만원을 들여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남아있는 분담금은 204억원이다. 도축장구조조정법은 끝났지만 협의회 해산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신규도축장 건립을 놓고 기존 도축장과의 마찰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도축장 운영 현황은 현재 등록되어 있는 도축장은 75개소이며 이 중 가동중인 업체는 72개소이다. 공판장은 8개소, 도매시장은 4개소, 일반도축장은 63개소이다. 소· 돼지를 도축하고 있는 도축장은 66개소, 소만 하는 곳은 1개소, 돼지만 작업하는 도축장은 8개소이다. 경기도 10개소, 강원 5개소, 충북 10개소, 충남 8개소, 전북 8개소, 전남 10개소, 경북 9개소, 경남 6개소, 제주도 1개소이다. 인천 2개소, 광주 2개소, 대전 1개소, 울산 2개소, 대구 1개소가 가동 중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0년부터 거점도축장을 선정해 도축뿐만 아니라 가공·유통까지 함께하는 통합경영체로 발전하도록 육성하고 있다. 2016년도까지 선정된 거점도축장은 17개소이다. 거점도축장은 농협 부천축산물공판장, 도드람엘피씨공사, 농협 음성공판장, 박달재엘피씨, 팜스토리한냉, 사조산업, 논산계룡축협 식육유통센터, 농협목우촌 김제돈육육가공공장, 축림, 농협 고령축산물공판장, 농업회사법인 민속엘피씨, 롯데푸드, 부경양돈농협 김해축산물공판장·부경축산물공판장, 농업회사법인 영남엘피씨, 강원엘피씨, 제일리버스 ◆무엇이 바뀌었나 소, 돼지의 도축두수는 매년 증가 추세이며, 도축장의 평균 가동률도 크게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도축장 구조조정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8년 가동률은 소의 경우 30%, 돼지는 53%이었으나 법 시행 후 2015년 소는 50%, 돼지는 74%까지 증가했다. 도축장 경영 분석 결과 성장성, 수익성, 안전성, 생산성, 활동성 모두 도축장 구조조정 실시 이후 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도축장 구조조정 성과평가에서 규모화와 조직화된 도축가공유통 기반시설이 확충됐다는 점과 지속적인 도축장 시설의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됐다고 분석했다. 현재도 도축장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으며 2세 경영을 준비 중인 도축장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축장 경영 여건이 호전되자, 생산자나 육가공업체들이 도축장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문제점은 임도축 위주의 도축장 경영은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육 생산과 가공부분이 수익에서 빠지게 되므로 도축업의 어려움은 더 큰 편이다. 또한 대부분의 도축장은 임도축 비율이 높아 안정적인 물량조달이 어렵고, 이는 경영난 지속의 원인이다. 임도축으로 인한 문제는 결국 소와 돼지의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에 축산물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낮고 결국 위생에 대한 투자의지가 낮은 상황이다. 영세도축장은 구조조정법이 있을 때에도 실제 지원금보다 빚이 많다보니 문을 닫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책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도축장들의 물량확보는 가능해졌다. 그러나 도축장 내 육가공공장을 증설하거나 부분육 가공비율 확대를 통한 도축장들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다. 도축장 구조조정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숙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도축장들은 비식용 부산물(폐기물) 처리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랜더링 시설을 지원하거나 관련 법령을 개정해 폐기물도 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7년 3월 10일 - 축산신문 기사>
|